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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일보 송가을인데요 송경화 작가 독후감 기말고사

by bazz 2022. 1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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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개에 붙어있는 작가 소개란을 보고 기대가 됐다. 기자가 써 내려간 기자 소설이라니! 사실적인 묘사는 물론이고 구체적인 취재 과정을 볼 수 있다는 것에 흥미가 생겼고, 단편적인 사건들을 묶어놓은 구성이라 단숨에 읽어낼 수 있었다. 주인공인 기자 송가을은 경찰팀에서 법조팀, 법조팀에서 탐사보도팀으로 이동하면서 각 팀에서 있었던 사건들을 풀어낸다. 이달의 기자상을 받으면서 다른 팀으로 인사발령이 나는 형식인데, 기자상을 받을 수 있게 만든 이 사건들이 압권이다. 분명 우리 사회에 있었고 어디선가 들어본 사건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설에만 존재하는 인물들이 아니라 충분히 우리 주변에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주면서 사람의 단면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한다. 특히 책을 읽으며 사람들의 헌신, 선입견, 이중성의 다양한 단면들을 보았다.

 

1. 헌신하는 사람들

 범죄자가 행복하게 살고 열심히 산 사람은 자살하게 되는 슬픈 에피소드이지만 그 속에 있는 열정과 헌신을 가진 사람이 등장한 이야기가 있다. 바로 스마트 저축은행 에피소드이다. 송가을이 경찰팀에서 활동할 적에 생긴 스마트 저축은행 사건은 ‘민위록’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누구보다 성실하고 배포가 크며, 학벌과 인맥까지 두루 갖춘 민위록은 파격적인 이벤트로 본인의 은행에 사람들의 돈을 예치시킨다. 믿음직스럽고 그럴싸한 전략까지 갖춘 민위록의 모습에 직원들까지도 속아 넘어간다. 결국은 본인의 욕심을 위해 있지도 않은 하와이의 건물을 담보로 갚지 못할 대출을 받고 파산한다. 이런 민위록을 따르던 직원들도 혹시 공범이었을까? 아니다. 민위록의 훌륭함을 보고 따르던 박운택은 사건의 초반만 해도 민위록 사건이 잘 해결될 것이라고 믿으며 믿음직한 담보가 있고 법적으로 문제가 없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사건이 점점 진척이 되면서 민위록의 실체를 알게 된다. 피해자들에게 그럴 위도가 없었지만 본인은 민위록과 같은 사람으로 보일 것이라며 비관하며 자살한다. 잘못된 사람에게 주는 헌신이란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 좋은 곳에 쓰였다면 훌륭하게 쓰일 사람이었지만 애초에 잘못된 곳에 쓰이게 된 박운택의 헌신은 최악의 결과만 낳았다. 하지만 반대로 본인의 자신의 꿈을 위해 헌신하다가 법원에 가게 된 사람도 있다. 한국여성노인복지회의 회장인 김순자이다. 약대를 나와서 정치권에 발을 들이고 한국사회의 문제점인 노인 복지에 관해 일을 하려다 총리 동생에게 공천금을 건네게 된다. 빠듯하게 살아온 증거물들인 공로패가 있는 거실을 보며 송가을은 놀란다. 그런데 이런 사람이 꿈을 위해 헌신하며 살다가 총리 동생에게 공천금을 건넸다는 사실에 못내 찝찝하다고 느꼈다. 모든 사람에게 헌신과 정직은 항상 같이 따라오는 건 아니다는 건 소설에서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 사실이 씁쓸하다.

2. 선입견을 깨 주는 사람들

송가을의 취재 과정에는 탈북에 대한 주제가 두 개 들어있다. 탈북청년과 북한 여공 에피소드이다. 전자는 탈북해서 미국에 정착하려던 부모와 아들의 스토리이다. 아들의 아버지가 어머니를 죽이고 아버지 본인은 자살해 아들만 홀로 남은 상황에서 송가을이 취재를 간다. 당연히 슬픔에 빠져있을 거란 생각과 다르게 아들은 잘 이겨내고 있는 모양이고 한국에 올 생각은 없냐고 물으니 ‘고향은 아니잖아요’라고 대답한다. 북한 여공 에피소드에서는 중국의 공장에서 일을 하는 북한 여자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공장 사장의 말마따나 ‘딱 그 또래’의 20대 여자들의 모습을 띈 여공들의 일상에 송가을은 말문이 막힘을 느낀다. 북한 사람들도 북한이 고향임을 깨닫는 데에서 온 침묵이다. 이 두 에피소드를 통해서 우리가 북한에 대한 생각을 너무 천편일률적으로 ‘가난한’ 이미지만을 떠올린다고 느꼈다. 가난하지만 가족이 있는 고향이고 사랑하는 추억이 있는 곳으로 떠나고 싶지 않은 장소가 될 수 있다는 것에 새로움을 보았다. 또한 탈북을 한다고 해서 무조건 남한을 선택할 것이라는 선입견도 타파하게 되었다. 그들에게는 미국을 선택할 권리가 있고 다른 국가를 생각할 선택권이 있다.

3. 이중적인 사람들

 앞서 정리한 헌신, 선입견에 관련한 에피소드 이외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이중성을 보이는 인물들이었다. 각자의 욕망을 위해서 앞과 뒤가 다른 모습을 보이는 인물들을 송가을의 시선에서 보여준다. 법조나 탐사보도팀에서의 사건들보다는 가볍지만 인간의 이중성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보게 되는 에피소드 중 하나가 ‘빼빼로를 훔친 아빠’이다. 경찰서에서 우연히 만난 남성을 취재하게 되는데 그는 술에 취한 채 전셋값이 비싸 돈이 없어서 딸들에게 줄 빼빼로를 훔쳤다고 한다. 언뜻 들으면 안타깝고 딸들을 생각하는 아버지의 마음에 감동을 느끼게 하지만 부장은딱 잘라 이야기한다. “지 술처마실 돈은 있는데, 애들 빼빼로 사줄 돈은 없었다는거야?”라며 황당해 한다. 본인이 도벽에 대한 욕구를 참지 못하고 일을 저지른 것을 아이들과 오른 전셋값 핑계를 대는 모습이 모순된다고 느꼈다. 착한 아빠와 도둑이라는 단어에서 오는 괴리감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참지 못한 자신의 비열한 욕구를 어떻게든 포장하려 하는지 그 포장에 속아넘어가는 피해자들도 존재할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두 번째 이중성은 헌신하는 사람들에서 말했던 스마트 저축은행의 회장인 민위록에게서 볼 수 있다. 줄거리는 앞에서 나열한 바와 같고, 이중적인 사람들 파트에서 다룰 인물은 민위록이다. 흙 묻은 신발을 신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일했다고 말했던 민위록은 알고 보니 비싼 신발에 흙 하나 묻히지 않으려고 봉투에 신발을 넣어 다니는 위인이었으며 검거 당시 배가 고파 어쩔 수 없이 잡아먹은 것처럼 보였던 토끼고기는 본인의 건강을 위한 행위였다. 본인을 따르던 사람은 자살하고 본인은 출소 후 행복한 삶을 기대한다는 점에서 거대한 이중성을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세 번째 이중성은 법정에서 만난 중학생들을 통해 느낄 수 있다. 판사 앞에서는 죄를 뉘우치고 눈물을 보이는 중학생 남자아이들을 보며 송가을은 그래도 애들은 애들일 뿐이라며 실수했을 것이라고 한없이 가엾어 보인다고 묘사한다. 하지만 그들의 죄가 적인 판결문을 보며 충격을 받는다. 특수강간죄로 법원에 왔으며 그마저도 반성 없이 거짓으로 눈물 연기를 했다는 것을 알게 되자 도무지 가엾어 보이지 않고, 어릴 적 본인을 괴롭힌 학생들도 용서할 수 없다고 말한다. 20대의 초짜 송가을이 30대의 노련한 기자가 될 때까지의 과정에서 자신의 신념에 맞게 취재하고 사건을 찾아나가는 모습에서 올바른 기자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가짜 뉴스가 만연하고, 형편업는 기자라는 댓글이 달리지 않은 인터넷 기사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기자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 현실에서 ‘혹시 아직도 저런 기자가 남아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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